생물학이 발달됨에 따라 생물보안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에 이에 대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 보자.
켈시 파이퍼 (Kelsey Piper)
켈시 파이퍼는 복스 (Vox)에서 효과적인 이타주의를 기반으로 세계가 직면한 최대 도전들에 관해 논하는 칼럼인 “퓨쳐 퍼펙트 (Future Perfect)”의 선임 저자이다. 그녀는 기후 변화, 인공지능, 백신개발, 공장식 농장과 같은 넓은 주제들을 다루며 퓨쳐 퍼펙트의 뉴스레터의 발행인이기도 하다.
다음은 다가올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가 개선해 나가야 할 점에 대한 퓨처 퍼펙트의 시리즈 ‘팬데믹 예방’의 일부이다.
국제 사회가 수십 년 전 생물무기금지협약 (Biological Weapons Convention, BWC)의 규범과 지침에 최초로 동의했을 때에는 생물무기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것이 비용이 많이 들고 어려웠다. 구소련은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수만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중 적어도 하나 이상을 우발적으로 방출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그러나 구소련은 자연적으로 생성된 바이러스보다 더 치명적인 바이러스 생산에는 성공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생물적 테러에 가담한 테러리스트 집단들도 -1993년 일본에서 독가스를 살포하려다 실패로 끝난 옴 진리교와 같이- 아직까지는 자연적으로 생성되었으며 마시면 치명적이나 전염성은 없어서 팬데믹과 같이 전세계적으로 퍼지지는 않을 병원체인 탄저병 이상의 생화학 무기를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DNA 분석 비용의 급속한 감소와 DNA 합성 기술로 바이러스 가공 능력은 최근에 들어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이러한 발전이 의학계에 혁신 바람을 몰고 왔으나 문제점도 양산하고 있다. 코로나 19와 같은 치명적이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바이러스들, 또는 이보다 더 심각한 위기를 불러 올 수 있는 바이러스들을 곧 전세계적으로 실험실에서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코로나 19보다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는 전지구적 감염병을 막기 위해서 국제 사회는 글로벌 생물학적 위험들을 관리하는 우리의 접근 방식에 대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비전문적인 생물학자들이 최근까지 실험실 최고 권위의 전문가들도 할 수 없었던 위업을 달성하고 있다”고 미국 소재 싱크탱크인 대서양 협의회 (Atlantic Council)의 국가안보정책국장인 배리 파벨(Barry Pavel)과 대서양 협의회의 공저자인 비크람 벤카트람(Vikram Venkatram)은 주장한다.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일어날 대재앙을 피하기 위해서 인간이 초래한 팬데믹의 위험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의 연구방법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사람들이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복제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서 말이다.
코로나19는 팬데믹이 얼마나 빠르게 퍼질 수 있고 우리가 이 치명적인 바이러스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준비가 얼마나 취약했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경고장이었다. 만약 국제사회가 이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자연적으로 생성된 것이든 인공적이든 그 다음에 올 팬데믹에 철저하게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적절한 대비가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인류를 대상으로 하는 생물적 위협에서 완전 면역을 갖추지는 못하더라도 강력한 저항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MIT의 생물학자 케빈 에스벨트(Kevin Esvelt)는 말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위협에 대면보다 대비는 않는다면 그 결과는 참담할 것이다.
실험실에서 제조된 병원체
코로나 19를 일으킨 바이러스가, 비슷한 코로나 바이러스나 그보다 훨씬 일반적인 야생 동물발 인수공통감염병을 연구하고 있던 우한바이러스연구소 (Wuhan Institute of Virology, WIV)의 유출 사고로 인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미국 정보 기관은 이 두 가설에 타당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2022년에 발표된 출판 전 논문 두 편은 우한의 수산 시장을 발병의 근원지로 꼽았다. 그리고 베니티 페어 (Vanity Fair)는 최근 보도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더 쉽게 감염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바이러스 조작을 진행한 위험천만하고 무모한 연구를 집중 보도하며 이러한 연구를 진행하는 과학자들이 그들의 연구가 팬데믹의 원인으로 지목되지 않도록 어떻게 결속을 강화해 왔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했다.
진실을 절대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동물성 감염병의 최초 감염 동물을 확정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중국은 이미 코로나19 기원에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연구가 어떤 방식으로든 연루되었다는 것을 확인해 줄 어떠한 조사에도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세계보건기구 관계자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을 조사하기 위해 2021년 2월 3일 중국 중부 후베이성에 위치한 우한바이러스연구소를 방문했을 당시 연구소 건물 앞 도로에 줄지어 서 있던 경비들>
어떠한 연유로 코로나 19가 시작되었건 우리는 이미 전염병 발병이 실험실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야생에서 천연두 발병이 최후로 보고된 지 1년 후인 1978년 영국의 실험실에서 천연두가 유출되었다. 사진가였던 자넷 파커(Janet Parker)가 사망했는데 그의 어머니는 가벼운 증상을 보이고 회복했다. 또한 이에 노출되었던 500 여명은 예방접종을 했다. (천연두 백신은 병원체에 노출이 된 이후에도 보호효과가 있다.) 신속하고 대규모의 대응만이 자칫하면 일단 절멸되었던 질병이 다시 크게 창궐할 수도 있는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
20세기에만 3억명 정도의 인명을 앗아간 것으로 추정되는 질병인 천연두의 재발을 아슬아슬하게 피한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철저히 밀봉되지 않은 여섯 개의 천연두 시약병이 2014년 여러 질병과 약물이 담긴 다른 327개의 시약병과 함께 수십 년간 잊혀진 채 미국 국립의료원 (US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냉장고에 보관 중이던 것이 발견되었다. 미 식품의약청 (FDA)은 시약병 중 하나가 손상된 것을 발견하였으나 다행히도 천연두나 다른 치명적인 질병이 담긴 것은 아니었다.
다른 질병들도 비슷한 실험실 사고의 대상이 되었다. 2014년 3월 아틀랜타의 질병관리예방센터 (Centre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의 한 연구원이 실수로 그다지 해가 없는 조류독감이 담긴 시약병을 훨씬 치명적인 독감으로 오염시켰다. 오염된 바이러스는 최소 두 개의 다른 농업 실험실로 보내졌다. 한 실험실은 실험실 내 닭들이 병이 들고 죽자 이 착오를 알아챘지만 다른 실험실은 한 달이 지나도록 이에 관해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
이 착오는 질병관리예방센터가 탄저균 샘플을 비활성화하기로 되어있던 한 실험실이 실수로 활성화된 샘플을 준비하면서 75명의 연방 직원의 잠재적 생탄저균 노출 위험을 초래한 다른 착오의 여파를 대대적으로 조사하던 중에야 질병관리예방센터의 상부에 보고되었다.
2003년 사스 (SARS)의 출현 이후 여섯 건의 개별적인 실험실 유출로 인한 사스 감염 사고가 있었다. 그 사이 지난 12월 타이완의 한 연구원이 한달 여 국내 감염 사례를 단 한 건도 보이지 않으며 감염병의 확산을 성공적으로 막고 있었을 당시 코로나에 감염되었다. 역학 조사 중 타이완 당국은 그 연구원이 보안이 엄격한 생물 실험실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에 물려서 코로나에 걸린 것으로 의심했다.
“실제로 실험실 사고는 생명과학에 있어 드문 일이 아니다”며 “전세계 국가들이 전염성이 강하고 치명적인 병원체 연구를 진행하는 실험실을 추가로 짓고 있는 만큼 실험실 사고의 빈도는 자연히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조 리버만(Joe Lieberman) 전 선임 연구원은 지난 3월 생물방어 초당적위원회 (Bipartisan Commission on Biodefense)에서 밝혔다.
작년 발표된 런던 킹스 칼리지 생물보안 연구원 그레고리 코블렌츠(Gregory Koblentz)와 필리파 렌조스(Filippa Lentzos)의 연구에 따르면BSL-4(현재 가장 위험한 병원체를 다루는 연구를 수행하도록 인가 받은 실험실에 필요한 가장 높은 생물보안 등급)으로 분류된 60 곳에 가까운 실험실들이 23개국에서 운영 중이거나 건설 중, 또는 계획 중이다. 이 실험실 중 최소 20 곳은 지난 10년 사이 지어졌으며 이중 75% 이상이 실험실 유출이 급속도로 퍼질 수 있는 도심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미래에 보다 많은 실험실 유출이 발생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가운데 유출될 경우 팬데믹을 초래할 것으로 짐작되는 바이러스를 조작하는 것이 비용이 낮아지고 쉬워지고 있다. 이는 실험실 한 곳이나 소규모의 그룹이 고의로든 실수로든 전세계에 걸친 대량 살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시도된 바이오 테러리즘의 잠재적인 대규모 피해는 테러리스트들이 전문성이 부족하고 위험한 병원체를 생산, 유포하는 데 필요한 생명공학기술을 사용하는 것의 태생적인 어려움으로 경감되어 왔다. 지금은 과학기술에 대한 접근도가 높아지고 사용이 용이해지면서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고 있으므로 그 결과 “바이오 테러리즘 사고가 곧 빈번해질 것이다”고 파벨(Pavel)은 말한다.
위험천만한 연구와 이를 방지하는 방법
1975년 시행된 생물무기금지협약은 모든 범주에서 대규모 살상무기 생산을 금지하는 첫 국제 조약이었다.
새로운 생화학 무기 발견이나 개발이 이 조약에 가입한 183개국에서는 불법으로 되었다. 조약은 또한 가입국이 현존하는 생화학무기를 모두 파괴하거나 평화적으로 사용할 것을 요구했다. 그 당시 미 대통령이었던 리처드 닉슨은 1969년 자국 내의 공격용 생화학무기를 전면적으로 포기할 것임을 선언하며 “인류는 이미 스스로를 파괴할 수많은 위험의 씨앗을 손에 쥐고 있다”고 말했다.
<1960년대 후반 1943년에서 1969년 사이 군이 운영한 공격적 생화학 무기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던 메릴랜드 프레더릭 (Frederick, Maryland)소재 포트 디트릭 (Fort Detrick)의 한 실험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기술자들>
그러나 생물무기금지협약은 생물 무기가 야기하는 위협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우선순위에서도 제외되고 있다. 화학무기금지협약에는 수백 명의 직원이 있는 데 반해 소수의 직원들이 시행지원팀을 운영하고 있고 예산도 일반적인 맥도날드 매장의 것보다 적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작은 지원금으로 생물무기금지협약에 손쉽게 힘을 실어줄 수 있으며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그리고 협약의 광범위한 목표에도 불구하고 생물 무기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병원체를 식별하는 일의 대부분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군사적 목적으로 병원체 생성을 위해 고안된 냉전시대의 비밀 프로그램의 일부가 아닌, 차후의 팬데믹을 초래할 잠재적 위험이 있는 바이러스들을 연구하고 실험하는 좋은 의도를 가진 프로그램을 통해서 말이다. 이는 실험실의 바이러스 유출이 전적으로 고의적으로 용의주도하게 이루어졌다고 해도 생물무기금지협정이 미래 생물 무기 사용의 가장 큰 위험을 야기하고 있는 연구들의 많은 부분에 통제를 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유형의 과학 중의 하나가 소위 “기능획득” 연구인데, 연구자들은 바이러스들이 야생에서 어떻게 진화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의 일환으로 인체에 전염성이 강하고 더욱 치명적으로 바이러스를 만든다.
“처음으로 기능획득 연구에 대해 접한 것은 1990년대였는데 당시에는 생물무기연구와 개발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고 오바마 정부에서 운영한 핵, 화학, 생물 방어 프로그램의 미 국방부 차관보였으며 현재 미 전략적 위험에 관한 의회 (Council on Strategic Risks)의 선임고문인 앤디 웨버(Andy Weber)는 말했다. “그 의도는 이제 180도 바뀌어서 미 국립의료원 (NIH)가 팬데믹으로 부터 전세계를 보호하려 하고 있지만 실제 연구 내용은 전적으로 겹친다.
지난 10년간 기능획득연구의 지위에 맹렬하게 이의가 제기되었다. 2014년, 위에 나열한 연이은 매우 심각한 실험실 안전 관리 실패 및 조류독감 기능획득연구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 이후, 전세계적으로 첨단 생물학 연구 지원의 대부분을 지원하고 있는 미 국립의료원(NIH)은 인플루엔자나 사스와 같이 전지구적 감염병을 야기할 위험이 있는 병원체에 대한 기능획득연구 활동을 중지시켰다. 그러나 2017년 별다른 설명없이 이 중지명령은 철회되었다.
현재, 기능획득연구의 제한된 이득이 그에 드는 비용을 정당화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많은 선구적인 생물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일부 실험실에서 진행되는 기능획득연구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2021년에는 사스, 메르스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행하는 기능획득연구에 대한 연방 연구비 지원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기능획득연구를 통해 강력해진 바이러스가 뜻하지 않게 유출되어 큰 발병을 촉발하는 위험 외에도 -코로나 19의 기원 이론 중 하나이다 - 비록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합법적인 연구와 악성 병원체를 생성하려는 고의적인 노력을 구분 짓기는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우리 정부가 위험천만한 기능획득연구에 지원을 한 탓에 생물무기연구를 수행하려고 하는 다른 나라들에게 완벽한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고 베버는 말한다.
다음 전세계적 감염병을 막기 위해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묻는 질문에 그는 “코로나19와 미래의 전세계적 감염병을 야기할 위험이 다분한 위험천만의 연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끊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다른 잠재적으로 위험한 바이러스학 영역은 인간을 감염시켜 팬데믹을 일으킬 잠재력이 있는 바이러스 저장소 역할을 하는 동물종을 판별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위험성이 있는 이러한 병원체 샘플을 채취하기 위해 외진 곳으로 나갔다가 실험실로 돌아와 그 병원체가 인간 체세포에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지 검사한다. 이것이 바로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연구원들이 코로나19로 이어진 해에 원 사스 바이러스를 옮겼을 만한 동물을 찾으면서 행했던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팬데믹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체가 인체에 침투하는 것을 방지하는 일환으로 소개가 되었으나 사스 CoV-2에 대처할 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베버는 지적한다. “지난 15년간 진행된 이 연구는 큰 소득이 없었다”고 베버는 말했다. 이것은 바이러스학계만의 의견이 아니며 소수 의견 또한 아니다. 베버는 코로나19를 통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보기관이 결론을 내린 대로 이러한 연구가 이번 팬데믹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 그러한 연구는 이번 전지구적 감염병을 막는 데도, 예측하는 데도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2017년 2월 23일 우한 소재의 P4(BSL-4) 실험실 내부에서 연구원들이 쥐가 담긴 우리 옆에 있는 것이 보인다. 이 P4 전염병 실험실은 프랑스 생물공학산업체연구소 Merieux와 중국의 과학연구원 합작으로 탄생했다>
물론 야생과 인간의 경계에서 바이러스를 알아내고 인체 감염을 막는 일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바이러스 판명 작업의 제한된 실적은 많은 전문가로 하여금 우리의 현재 바이러스 발견법이 과연 옳은 것인가 의문을 갖게 한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한 이득은 과대평가된 반면 잠재적 해는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연구 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이러한 연구는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예방하려고 하는 인수공통감염을 초래할 위험을 양산한다. 그로 인한 결과 – 유출될 경우 엄청나게 위험할 것으로 연구자들에 의해 판명된 병원체 모두를 아우르는 자세한 목록- 는 생물적 무기 프로그램이나 테러리스트에게 좋은 자산이 된다.
유전자 합성 기술의 발전으로 바이러스의 디지털 RNA 염기서열만 가지고 있으면 그 염기서열을 모방해서 바이러스의 복제본을 만들어 내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자세한 내용은 밑을 참고하라) 오늘날 “팬데믹을 초래할 위험 물질을 판명하는 것과 그것이 무기로서 가용되는 것의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에스벨트는 말했다.
긍정적인 전망은 정책입안자들이 위험한 연구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 국립의료원은 전세계적으로 생물학 연구의 많은 부분을 지원하고 있으므로 위험한 연구에 대한 자금지원을 금지한 새 국립의료원 법안은 이 위험천만한 연구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미국이 병원체를 더욱 치명적으로 만들거나 팬데믹을 초래할 위험이 있는 병원체를 찾아내는 연구 지원을 금지하는 엄격하고 투명한 정책을 시행한다면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작업이 행해지는 것을 막는 데 필요한 국제적 리더십을 행사하기가 쉬울 것이다.
“ 중국 또한 이러한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고 에스벨트가 말했다. 중국 또한 코로나19에 놀라 그 지원을 재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멈추지 않는다면 이러한 연구를 그만두라고 중국을 설득하는 일이 무척 어려워질 것이다”고 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서 정책입안자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하나다. 위험한 연구를 지원하는 것을 멈추고 다른 나라들도 이러한 연구에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멈추게 하는 데 필요한 과학적이고 정책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다.
이 간단한 처방 뒤에서는 많은 복잡한 문제들이 존재한다. 미국이 위험한 연구에 투자를 해야하는가에 관한 많은 논란들이, 중요한 것은 그러한 연구가 수백만 명을 죽일 수도 있는 팬데믹을 촉발할 것인가가 아닌, 과학적 용어인양 “기능획득연구”의 정의가 무엇인가하는 기술적 논란에 휩싸여 좌초되고 말았다.
“국가들의 94%는 연구의 양날을 관리 감독할 국가 수준에서의 조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 조치로는 관리를 위한 국가법이나 규율, 독립된 감독 기관, 또는 연구의 양날에 대한 국가적 평가 증거와 같은 것이 포함될 수 있겠다”고 보건 안보를 위한 존스 홉킨스 센터 (the Johns Hopkins Centre for Health Security)와 핵위협계획 (Nuclear Threat Initiative)의 2021년 보고서는 밝혔다.
만약 일이 벌어진다면 그 결과는 자연이 초래할 수 있는 정도보다 심각할 것이다. 바로 2018년 보건 안보를 위한 존스홉킨스센터가 시행한 팬데믹 시뮬레이션에서 벌어진 것과 일치한다. 이 가상의 시나리오에서 옴 진리교를 모델로 삼은 테러 단체가 전파력이 높은 파라인플루엔자 (parainfluenza)- 일반적으로 어린이에게 가벼운 증상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일종-와 악성 니파 바이러스 (Nipah virus)를 섞은 바이러스를 조작하였다. 그 결과 해당 모델에서 전세계 1억 5천만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슈퍼바이러스가 탄생하였다.
유전자 합성과 생물 무기에 끼치는 영향
“합성 생물학과 생명공학에서의 발전은 전에 비해 병원체를 더 치명적이고 전파력이 강하게 만드는 것을 용이하게 하며 생명과학의 발전은 각국 정부들이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의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위험한 병원체의 고의적이거나 돌발적인 유출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리버만은 지난 3월 생물방어 초당적위원회 (Bipartisan Commission on Biodefense)에 밝혔다.
생물학의 최근 발전 영역에 있어 가장 기대되는 것 중 하나는 유전자 합성- DNA (또는 인플루엔자, 코로나바이러스, 홍역이나 소아마비와 같은 바이러스들의 일반적 원료인 RNA)를 기존의 염기순서에서 “프린트”하는 능력-이 쉬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구체적으로 원하는 유전자 염기 순서를 생산하는 것이 비용이 많이 들거나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훨씬 간단하고 우편으로 유전자를 제공하는 산업에 다수 업체들이 등장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해 졌다. 여전히 바이러스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많은 과학적 기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전에 비해 비용이 월등히 절감되었고 훨씬 작은 팀으로 가능해 졌다.
< 생명공학 회사 DNA Script의 공동창립자이자 CEO인 토마 이베르(Thomas Ybert)가 파리 근교에서 2020년 8월 세계 최초 벤치톱 (benchtop) 유전자 프린터 베타 버전으로 작업하고 있다. 2021년 6월 DNA Script는 프린터의 상업화를 선언했는데 이 프린터로 실험실에서 사용가능한 합성 DNA 조각을 만들 수 있다>
유전자 합성으로 중요하고 가치 있는 많은 생물학 연구가 가능해 졌다는 것은 분명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유전자 합성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이를 악용할 수 있는 위험 대상에 대한 대책마련이 뒤처지고 있다.
게다가 기존의 위험한 염기서열 목록에 대항하는 염기서열을 확인하는 작업은 연구자들이 기존의 위험한 염기 서열 목록을 유지할 것을 요하는데,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해를 끼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결과는 ‘정보의 위험성”, 즉 존재론적 위험을 주장한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이 정의한 “해를 초래하거나 다른 이들로 하여금 해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실제 정보의 전파, 혹은 잠재적 전파”이다.
“DNA는 본래 양날의 검을 지는 기술이다”고 합성 유전자 공급의 선두적인 기업인 Twist Bioscience에서 생물 보안을 담당하는 제임스 디긴스(James Diggans)가 2020년 말했다. 즉 DNA 합성은 기본적인 생물학 연구와 생명을 구하는 약품의 발전을 가속화하지만 또한 인류에 치명적일 수 있는 연구에도 사용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산업에서, 학계에서 그리고 정부에서 일하는 생물보안 연구자들이 오늘날 맞닥뜨린 난제이다. 모든 프린트된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위험요소를 적절하게 처리하면서 동시에 많은 혜택을 양산하는 데 쓰일 수 있도록 유전자 합성을 저렴하고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 이 문제가 난제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미래에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다. 유전자 합성이 더욱 저렴하고 쉬워짐에 따라 많은 연구자들은 연구실에서 다른 중간책의 도움 없이 연구에 필요한 유전자를 간단히 프린트 할 수 있게 하는 책상에 두고 쓸 수 있을 정도의 소형 합성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소형 합성기는 생물학에 있어 엄청난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이를 악용하려는 이들이 위험한 바이러스를 프린트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는 과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유전자 합성이 저렴해짐에 따라 위험한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비용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면, 위험분석 비용을 줄이는 것이 금전적 경쟁력에 큰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 위험분석을 시행하지 않는 회사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에스벨트와 미국, 유럽, 그리고 중국 연구자들로 이루어진 그의 팀은 잠재적 해결책을 위한 판단 기준을 마련했다. 이들은 치명적이고 위험한 염기서열 “해시"로 데이터베이스를 남기려고 한다. 각 해시는 특정 염기 서열에만 반응하지만 이미 제조 과정을 알지 못한다면 역공학 (reverse engineered)으로는 위험한 원래 염기 서열을 알아내지 못한다. 이는 다른 이들의 개인정보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으며 테러 단체나 생물무기 프로그램이 악용할 수 있는 치명적인 염기서열이 담긴 공개 목록을 남기지 않으면서 염기서열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올해 하반기에 DNA 합성 스크리닝을 전세계 모든 나라에서 무료로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에스벨트가 말했다.
진정으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DNA 합성 기업들에게 염기 서열을 지속적으로 보내게 해서 에스벨트의 염기서열 데이터베이스와 같은 승인된 리스트와 대조해야한다. 이러한 스크리닝이 안전하고 투명하며 모든 고객에게 무료로 지원된다면 이와 같은 법률이 환영을 받을 것이고, 합법적인 생물학 연구 작업의 발전을 늦추지 않으면서 연구를 더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 거버넌스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따라서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발명하고 개선해 나가면서 이 질문들의 대다수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재검토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는 단지 몇 달 만에 미국에서만 수천 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감염시켰다. 질병은 한번 번지면 그 속도가 겉잡을 수 없어서 우리가 문제를 인식하는 순간 이미 늦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심각한 재난은 우리의 선택으로 예방할 수 있다. 연구 프로그램을 점검하는 것에서 부터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제조하는 일을 어렵게 하고 위험한 새로운 질병을 개발하는 연구를 막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실제로 당장,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함께 실천해야만 한다. 계획만으로는 우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