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당신이 아마도 이미 동의하리라 생각하는 네 가지 의견이 있다. 셋은 당신의 가치에 관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세상에 대한 관찰이다. 따로 보면 흔하고 너무 당연하다 느껴질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한데 놓고 생각해 보면 우리가 세상에서 선행을 한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지 아주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우간다 여성들이 기빙 왓 위 캔 (Giving What We Can)의 우수 단체인 말라리아 예방 공동체 (AMF) 에서 제공된 살충제 처리 모기장을 들고 있는 모습

그 네 의견은 다음과 같다

  1.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은 중요하다 -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어 우리가 그들을 도울 수 있다면 우리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는다. 때때로 남을 돕는 것을 도덕적 책임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갑부들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놀랍겠지만 부유한 국가에서 중간 이상의 연봉을 받는 사람들은 대체로 세계 소득 상위 5 퍼센트에[1] 해당하며 따라서 이에 속하는 이들도 나눌 수 있다.

  2. 사람[2]은 누구나 동등하다 - 사람은 어떠한 상황에서나 행복하고 건강하며 성취감과 자유를 느낄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 거주 지역, 재산의 크기, 인종, 나이, 성, 능력, 종교적 신념 등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소중하다.

  3. 많은 사람을 돕는 것이 적은 사람을 돕는 것보다 좋다- 다른 모든 상황이 동등하다면 우리는 보다 많은 목숨을 구하고 생명을 연장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해야 한다. 병실에 지금 치료를 하지 않으면 죽는 스무 명의 환자가 줄 서 있다고 하자. 모든 환자에게 돌아갈 약이 충분하고 치료를 미룰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면 모두를 살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 몇 명만 무작위로 치료할 사람이 있겠는가?

  4. 자원은 한정적이다 - 세상의 갑부들도 쓸 수 있는 돈은 한정적이다. 우리의 시간도 마찬가지인데 하루 24시간도 부족하다. 한 가지에 돈 또는 시간을 쓰겠다고 결정하는 순간 다른 선택지에는 쓰지 않겠다는 암묵적 결정을 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다른 선택지에 대해 생각을 해 봤든 해 보지 않았든 간에)

위의 네 의견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하고, 무작정 한 집단을 다른 집단에 우선시 하지 않아야 하며, 가능하다면 보다 많은 사람을 돕는 방향으로 행동해야 하고 우리에게는 무한한 시간과 돈이 없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알고 있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생각해 보자 - 만약 상대방에게 그 반대 입장을 변론하려고 한다면 어색하고 불편할 것이다. 예를 들어,

  1.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것은 도덕적 의무가 아니며 중요하지 않고 심지어 선한 일도 아니다.

  2. 사람들을 인종이나 성별, 능력과 같은 임의의 차이로 차별해도 된다

  3. 누군가를 살리는 데 딱히 비용이 들지 않아도 우리가 돕지 않아서 그 사람이 죽는들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4. 우리에게는 무한한 자원이 있다.

 어떤가, 불편하지 않은가?

 우리에게는 돈이 무한정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어느 기부처가 지원할 가치가 있는지 선택해야 한다.

따라서 위 네가지 의견이 중요한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물론 나는 동의한다- 우리가 선을 행한다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큰 가닥이 잡힌다.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선행을 하는 것이라 여기는 방법들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가치들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한정된 자원으로 어떻게 가장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데 작은 액수로도 큰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부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장 효율적인 단체의 경우 평균보다 훨씬 , 때때로 백 배는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같은 시간이나 돈으로도 한 사람을 구하는 것과 몇 백 명을 구하는 것과 같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무작위로 고른 자선단체는 가장 효과적인 자선단체만큼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우리가 지원하기로 결정한 많은 기부처들은 우연한 기회나 우리가 특정 문제나 상황에만 노출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선택을 잘 하지 못한다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동등하게 고려하지 않거나 (이것은 다른 그룹의 사람들을 차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충분히 많은 사람들을 돕지 않고 있는 것(이 또한 우리가 잠재적으로 도울 수 있었음에도 다른 사람들을 고통받게 하거나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이므로 옳은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먼저 고려할 가치가 있는 모든 기부처들 – 암 퇴치 연구에서 기후 정의, 동물권, 우리가 절대 가지 않을 지역에서 발생하는, 쉽게 치료할 수 있으나 크게 표가 나지 않는 질병 예방까지-이 고려 대상이 되어야 한다. 여기서도 우리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고 우리가 가진 자원이 모두를 돕기에는 한정적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  그러므로 우리는 단지 우연히 들어 본 적이 있는 기부 대상이 아닌 우리의 제한적인 시간과 돈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기부 단체를 선택하는 데 공정성을 유지하기란 쉽지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를 잃어 본 적이 있다. 나 역시 친지 두 명을 백혈병으로 잃는 동안 이 병이 그들의 몸을 얼마나 지치게 하는지, 진통제가 그들의 정신을 흐릿하게 하는지 목도했고, 그들의 죽음 이후 주변 사람들과 그들의 부재가 주는 큰 슬픔 속에 살아왔다. 따라서 우리가 이러한 특정 문제를 해결하거나 우리에게서 사랑하는 이들을 앗아간 그 질병을 치료하는 단체에 기부하고 싶어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우리 모두는 공감 능력을 가진 존재라서 다른 사람들이 같은 고통을 받지 않기를 원하고 그들의 가까운 사람들 또한 같은 슬픔을 겪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우리가 모든 이들을 동등하게 대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그들의 경험치 역시 동등하게 여기는 것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내가 말라리아, 결핵, 교통사고나 다른 어떤 상황으로 인한 고통보다 백혈병과 같은 특정 질병 때문에 발생한 죽음, 장애 그리고 고통에 더 관심을 쏟아야 할 설득력 있는 이유는 없다. 중요한 것은 삶이 단축되었으며 아이들은 부모를 잃었고 사람들은 고통 속에 살아간다는 것이다. 모든 삶을 똑같이 중시하는 태도는 단지 우리가 살아가다 불행히 맞닥뜨린 특정 질병때문에 받는 고통만이 아닌, 모든 죽음과 이로 인한 괴로움을 비극으로 여기는 것이다.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판단에 도움이 될 만한 사고의 틀이 있다. 이와 같은 사고방식을 효과적인 이타주의라고 부른다. 기본적으로는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여타의 이타주의과 같다. ‘효과적인’이라는 말은 어떻게 보다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가, 보다 많은 선을 행할 수 있는가를 명확하게 판단하려는 노력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나는 효과적인 이타주의가 우리가 이미 품고 있는 가치를 보다 잘 실현하며 살 수 있도록 해 준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우리가 선을 행하고자 하는 모든 일에 적용할 수 있다 -  정치적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노력이든, 우리가 어디에 돈을 기부할지 결정하는 것이든, 우리의 직업을 통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방법을 고민하는 것, 이 모두에 해당한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문제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효과적인 이타주의는 우리의 제한된 시간과 돈으로 가장 큰 선을 행할 수 있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찾아가며 우리가 결정 장애에 빠지는 것을 막아준다.

효과적인 이타주의는 어려운 선택을 회피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이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여전히 선택을 하고 있다. 따라서 개인적인 이유에서나 자선단체의 마케팅에 설득되어서 중요해 보이는 일에 기부를 해야만 할 것 같다 느끼더라도 그 단체에 기부함으로써 다른 기부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한 예를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영국인은 평생에 걸쳐 6,700 파운드 (약 9,600 달러)[3] 정도를 기부한다. 이 금액으로 대략 1,900 개의 모기장[4]을 배포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 약 200 명의 어린이가 말라리아에 걸려 고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최소 두 세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자발적 기부는 국내 의학 자선단체로 향한다. 영국 국가보건서비스 (National Health Service, NHS)는 건강한 수명을 1년 연장하는 데 대략 2만 5천 파운드가 든다고 추정했다.  국내 자선단체가 이 수치를 맞추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며 따라서 기부자의 영향력은 다른 선택지에 비해 훨씬 더 적을 것이다. 우리가 이런 선택지를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해서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이타주의의 중요성, 평등, 그리고 우리가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 효과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고 이 가치들이 당신에게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갖는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느낀다면 그 다음은 이 세상을 어떻게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 것인지 고민해 보고, 이타주의적으로 뿐만 아니라 효과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이 가치들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효과적인 이타주의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 효과적인 이타주의란?

  • 효과적인 이타주의 간략정리

  • 위키피디아 ‘효과적인 이타주의’

  • 윌리엄 맥어스킬 (William MacAskill)의 저서 ‘냉정한 이타주의자’ (Doing Good Better)

  • 효과적인 이타주의 안내서

당신이 할 수 있는 효과적인 행동

  • 영향력과 비용효율성을 기반으로 추천된 자선단체에 기부를 한다 – 우리의 추천 자선단체 목록 (Top Charities)과 기브웰의 추천 (GiveWell’s recommendations) 을 참고해도 좋다. 만약 동물권을 보다 효과적으로 향상시키려는 자선단체를 지원하고 싶다면 동물자선단체평가 (Animal Charity Evaluators)를 확인할 것을 권한다.

  • 평생에 걸쳐 기부를 할 것을 약속한다. – 이미 8,438명 (이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이 가장 효과적인 자선단체에 자신의 수입의 10 퍼센트를 기부할 것을 약속했고 798명은 일정 기간을 정해 그 기간동안 자신의 수입의 1 퍼센트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했다.

  • 80,000 시간 (80,000 Hours) 의 조언을 참고하고 보다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직종을 선택한다

  • 주변 사람들과 토론 모임을 결성해서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는 일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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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계산에 사용한 연봉 32,140 달러는 미국의 25세 이상의 중간 소득이며 여러분 각자의 수입, 거주국가, 그리고 가정환경 등을 계산에 대체하자. 참고로 미국의 18세 이상 중간 소득은 24,062 달러, 영국의 상위 60 퍼센트 중간 소득은 21,100 파운드, 그리고 호주의 상근자의 중간 소득은 59,900 호주 달러이다.

[2] 편의상 ‘사람’을 사용하였지만 동물복지권에 관심이 있다면 ‘사람’ 대신 ‘동물’ 또는 ‘지각이 있는 존재’로 바꿔 읽어도 맥락은 일치한다.

[3] Charities Aid Foundation, UK Giving 2014, p12 <https://www.cafonline.org/docs/default-source/about-us-publications/caf-ukgiving2014> 이 수치는 매달 기부액 (14 파운드)에 12를 곱한 다음 (연 기부액 산출) 다시 40 (평균적인 경제활동 연수)를 곱했다.

[4] 여기에 쓰인 수치 모기장 당 5 달러는 실제 말리리아 예방 공동체 (Against Malaria Foundation)가 활동하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발생하는 비용이다. 콩고민주공화국과 같은 몇몇 국가에서는 좀 더 높은 비용이 발생하기는 하나 모기장 당 7.5 달러로 계산해도 1,000개 가량을 배포할 수 있는 금액이다